티스토리 뷰
목차
개봉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영화, 1000만명을 눈 앞에 둔 영화 파묘의 줄거리와 영화속 여우, 다이묘 오니와 쇠말뚝이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등장 인물과 영화소개
(1) 등장인물들은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 상덕(최민식): 풍수전문가
● 화림(김고은): 무당
● 봉길(이도현): 무당
● 영근(유해진): 장의사
● 지용(김재철): 의뢰인, 집안의 장손
(2) 영화의 개요
미국LA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김고은과 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김고은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풍수사 최민식과 장의사 유해진이 합류하게 된다.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에 자리한 기이한 묘, 최민식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거절하지만, 김고은의 설득으로 파묘를 시작하게 된다.
(3) 감독 장재현
검은사제들과 사바하에 이어 장재현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인 파묘는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첫 장편 영화 '검은 사제'는 가톨릭 구마사제들의 이야기를 다룬 오컬트 영화, 영생을 위해 타락한 생불에 관한 이야기 '사바하', '파묘'는 그동안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무속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 영화의 줄거리와 해석
미국 LA에 자리잡은 엄청난 부를 가진 부자 집안 그런데 집안의 장손들이 기이한 병에 걸리게 된다. 결국 첫째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둘째 아들 박지용이 장손이 되었을때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두 번의 유산 끝에 겨우 얻은 아이조차 원인을 알수 없는 병을 앓게 된다. 결국 한국에서 유명한 무당 화림을 부르고 거액의 돈을 주며 일을 맡기게 된다.
묫자리에 문제가 있는 묫바람이 들었다고 진단한 화림은 아이 부모에게 조상의 묘를 이장하면 괜찮아진다고 말한다. 돌아온 화림은 대기업 회장도 굽실되는 유명한 풍수전문가 김상덕과 대통령까지 모셨던 장의사 고영근의 도움을 받아서 일을 진행할려고 한다. 이렇게 세사람은 모든 불행이 시작되었던 묫자리로 향하게 된다.
상덕이 본 묫자리: 이름없는 묘
상덕은 산 정상에 위치한 묘자리를 보고 불길한 기운을 강하게 느끼고 못하겠다며 자리를 피하게 된다. 자신이 감당할수 없는 위험한 일이라 생각하여 작업하는 것을 반대하지만 결국 동료들의 제안으로 굿과 파묘를 동시에 진행하게 된다.
우선 산 정상은 보통 바람이 많이 불어 기운을 흩어놓는 기본적으로 흉지였다. 거기에 무덤 뒤에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기괴한 숲과 함께 귀문 즉 귀신이 드나든다는 문이 있는 방향인 북쪽을 향해 탁 트여있었다. 사람 이름이 아닌 현 위치의 위도와 경도만 적힌 비석이 있었고 올라오는 길에 여우 4마리까지 보았다.
여우의 의미
상덕은 여우는 묫자리와 상극인 짐승이라고 말한다. 여우가 묘를 파헤치고 안치된 시신을 먹는다는 말이 예전부터 있었다. 음기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여우는 사람을 홀리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음기가 강한 곳은 귀신이 많다는 속설대로 희귀한 여우가 무리지어 살 만큼 음기가 강한 터로 악지중의 악지인 것이다. 마치 누군가가 악의를 갖고 선정한 묫자리 같았는데 이 묘자리를 봐준 사람은 기순애라는 특이한 법명의 스님이다. 기순애라는 이름은 일본어로 여우를 뜻하는 키츠네와 굉장히 비슷한 발음을 가지고 있었다.
화림의 긴 설득 끝에 대살굿과 이장을 동시에 진행하고 박지용의 할아버지 박근현의 관을 꺼냈다. 이후 일을 마무리하던 한 일꾼은 뭔가 더 있지 않을까 싶은 욕심에 땅을 좀 더 팠고 거기서 사람의 머리를 가진 아주 기괴한 뱀을 보게 된다. 앞서 김상덕은 다른 묘를 파관한 직후 뱀을 발견했었고 이는 앞으로 벌어질 불길한 일들에 대한 첫 번째 징조였다. 두 번째 징조로 등장한 여자의 머리를 한 뱀 '누레온나'는 일본의 설화에 등장하는 요괴이다. 이후 등장할 그 아래에 묻혀있던 진짜 험한 것을 봉환하는 과정에서 같이 묻혀 있었던 것이다.
혼령
첫 번째 관과 김상덕이 본 평범한 뱀은 한을 풀어주면 되는 한국의 혼령이었다. 두 번째 관과 일꾼이 본 누레온나는 특정한 원한도 없이 보이는 대로 사람을 죽이며 웬만해선 없앨 수 없다는 일본의 요괴를 상징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끔찍한 형상을 본 일꾼이 놀라서 바로 죽여버렸다. 그때 누레온나는 사람처럼 비명을 지르게 되고 그 직후 먹구름이 몰려오고 비가 오기 시작한다.
동티
동티는 금기된 행위를 하였을때 귀신을 노하게 하여 받는 재앙이다.
비가 오는 바람에 화장 절차가 보류 됐고 금은보화가 묻혀있다는 소문에 영안실 관리자는 그 관을 몰래 열어본다. 박지용이 관을 열지 않고 통째로 화장을 하려 했던 이유는 바로 할아버지인 박근현이 중추원 부의장까지 지낸 친일파의 핵심 인물이라서 이를 들키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이 열리자 단단히 벼르고 있던 박근현은 자신을 악지에 그리고 더 험한 것 위에 묻히도록 내버려둔 후손들을 차례로 찾아가 죽이기 시작했다. 박지용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인 후 손자의 몸에 빙의해 나치식 경례까지 하며 여전히 일제에 충성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
김상덕에게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라는 말을 남긴 뒤 손자의 목을 꺾어 죽여버린다. 여기서 범은 한반도를 상징하는데 여우는 크게는 일본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범은 한반도 허리는 태백산맥을 가리킨다. 우리나라의 정기를 끊겠다는 의미이다. 여우는 교활한 짐승으로 친일파를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고 음기가 가득한 악지 관 아래 숨겨진 관 이후에 나올 키츠네의 여우 음양사 무라야마 준지를 뜻하기도 한다. 다행히 박지용의 아이에게까지 마수가 뻗치기 전에 박근현의 시체를 화장하는 데 성공하면서 사건은 마무리되는듯하다.
도깨비불
파묘날, 누레온나를 죽였던 일꾼에게 동티가 났고 이에 상덕이 누레온나를 달래기 위해 시체를 찾는 과정에서 첩장, 즉 또 다른 관을 발견하게 된다. 그 관도 화장하기로 결정하면서 전혀 다른 분위기의 후반부가 펼쳐진다. 수직으로 세워진 거대한 관은 파내는 데에만 거의 한나절이 걸렸고 근처 절인 보국사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3미터에 달하는 거대하고 기괴한 관을 창고에 넣고 관 주위로 액운을 막아주는 찹쌀과 도깨비가 싫어한다는 백말피를 둘러 결계를 쳐놓는다. 모두가 잠이 든 새벽, 귀문이 열린다는 축시 1시가 되었을때 봉인풀린 요괴 오니는 관을 뜯고 지붕까지 뚫으며 탈출을 한다.
쇠말뚝이 주는 의미
순수한 악의에 가득 찬 일본의 도깨비 요괴 오니는 근처 축사에서 마치 설화속 여우처럼 돼지 수십 마리의 간을 빼먹고 외국인 노동자의 목을 뽑아버린다. 그런데 왜 하필 간을 빼먹은 것일까? 음기가 너무 강해 여우라고 불렸던 당대 일본 최고의 음양사 무라야마 준지는 일제강점기에 한반도의 정기를 끊을 목적으로 범의 형상을 한 한반도의 허리에 쇠말뚝을 박았다. 사실 그 쇠말뚝은 박근현의 관 아래 수직으로 붙여있던 요괴인 오니 그 자체였던 것이다.
1600년 세키가하라 전투와 임진왜란에도 참전하여 만명의 목을 벤 다이묘 장군이 죽은 후 일본의 한 신사에서 신으로 모셔졌고 이로 인해 그 영혼이 자신의 칼에 깃들며 정령이 되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약 300년 후 일제강점기에 무라야마 준지는 다이묘를 남산의 신궁에 모시겠다며 속여 칼을 조선으로 가져왔다. 한반도의 허리 부분인 강원도 태백산맥의 그 묫자리에서 의식을 시작했다. 거구의 시체를 구해 목을 분리한 후 오래된 새로 벼려내 불타고 있는 칼을 몸에 박고 봉합하여 시체를 쇠말뚝 그 자체로 만듬과 동시에 다이묘의 정령이 깃들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 직후 주술를 걸어 그 자리를 지키도록 한 후 봉인했다. 그리고 정확한 위치에 세로로 묻으면서 쇠말뚝이 스스로를 지키게 만든 것이다. 앞서 오니가 여우처럼 간을 빼먹은 것은 아무래도 주술를 부린 여우 음양사 무라야마 준지의 영향으로 생각해볼수도 있을것 같다.
이후 독립운동가들이 그 쇠말뚝을 계속해서 찾아다니게 되었고 그곳을 건드리지 못하도록 고간대작이었던 박근현을 그 위에 묻고 이를 구실로 경비를 세워 지킨 것이었다. 오니는 납작 엎드려 벌벌 떠는 화림에게 은어와 참외를 대령하라고 한다. 여기서 은어는 일본인들에게 친숙한 생선이고 세키가하라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던 지휘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초밥으로 즐겨먹던 생선이라고 한다. 참외는 일본인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인물인 오다노부나가가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오니는 봉길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화림에게 다가가 보국사의 석탑을 보고 외치게 된다.
승탑
곧바로 합장 후 기도를 하기 시작하고 온몸이 불타더니 도깨비불처럼 변한 뒤에 자신이 묻혀있던 묫자리로 돌아간다. 승탑을 보고 놀라며 즉시 합장하는 모습으로 보아 생전 불교였던 오니가 승탑에 묻힌 열반한 스님 즉 부처님에게 예를 갖추고 기도를 올린 것이 아닐까 싶다. 오니의 몸에 불이 붙을 때 닭의 울음소리가 들리게 된다. 귀문이 열리는 축시에 깨어나는 오니는 동에 트기 전까지 묫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음양오행으로 본 오니
이때 오니가 도깨비불로 변하는 이유를 영화에 핵심적으로 등장하는 음향오행으로 풀어본다. 음향오행은 기본적으로 음과 양이 존재하고 그 주위에 서로 상성을 띠는 오행 화수목금토, 즉 불, 물, 나무, 쇠, 흙의 다섯 가지 성질로 세상 만물의 이치를 설명한다. 쇠말뚝이자 불타는 칼인 오니 다이묘는 불과 쇠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불이 쇠를 녹이는 상극관계이다. 음기가 가장 강한 밤인 축시에 깨어나는 오니는 동이 트고 음기가 점점 약해지면서 쇠의 기운을 가진 신체가 불에 녹아버리고 형체가 없는 불의 기운만 남아 땅에 들어간다. 땅은 쇠의 기운을 살려주는 상생관계이기 때문에 묫자리 속에 들어가 몸을 회복한 뒤 다시 음기가 가장 강한 축시에 깨어나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도깨비불로 변했다 다시 돌아오는 것으로 보아 동에 트기 전까지 자유자재로 모습을 변형할 수 있는 듯하다. 최후에 김상덕이 음향오행으로 오니의 파훼법을 알아내고 결국 오니를 없애버린다. 그런데 음향오행에 따르면 쇠가 나무를 자르는 상극관계인데 어떻게 이러한 상성을 깨고 오니를 쓰러뜨릴 수 있었던 것일까? 먼저 화림이 도깨비가 싫어한다는 백말피를 뿌렸는데 음기와 쇠의 기운을 지닌 오니가 양기와 불의 기운을 지닌 말의 피를 뒤집어 쓰면서 약해졌다. 그 직후 상덕이 자신의 피로 젖은 곡괭이 자로 즉 물을 머금어 강해진 나무로 불에 타고 있는 쇠를 때린 것이다. 심지어 때릴수록 나무가 오니의 불과 만나면서 상생관계로 불의 기운이 강해지는 데 반해 쇠로 된 신체는 점점 더 약해지게 된다. 이후 상덕이 피를 더 많이 묻히면서 물이 불을 끄는 상극관계로 불이 꺼지며 오니의 신체에 점점 더 강한 타격을 주고 결국 신체가 잘린 오니는 천천히 사라지게 된다.